[성인 ADHD] 7. 페니드 복용 중 슬럼프

약이 잘 안 먹히고 있다.
아무리봐도 메틸페니데이트는 나에게 맞지 않는거 같다.

아무런 긍정적 효과가 없었던 콘서타에 비해
페니드는 잠깐이라도 좋은 경험을 했지만

며칠간 먹어보니
여전히 득보다는 실이 아주아주 많다.

일단 득도 있다. 있어

무언갈 하나 시작하면 모터가 달린 듯
막 와아아아아악 움직이기야 하지만

커피를 과도하게 복용한거처럼
몸이 막 떨리는 느낌 + 두근거림
혹은 그냥 그냥 각성!! 뽝 한 느낌

(이거랑 비슷한..?)
이거 때문에 사실 딱히 좋은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게 효과인지 부작용인지 구분이 안감
ㅠ ㅋㅋㅋㅋㅋㅋ
그 정도로 이게 좋은 효과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주의력/집중력에는 되려 더 안 좋은듯
주의력도 더 분산되는 느낌이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가지에 집중을 못한다.

가장 긍정적인 경험을 한 첫날에도
여러가지 생산적인 일을 했지만
하나를 하고 하나를 끝내지 못했고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으로
이거하다 아 저것도 해야지 하면서 같이 멀티하고
그러다보니 평소보다 더 집중력이 분산되었다

동기부여에도 크다지 도움을 주지 않아서
(첫날에는 효과를 본거 같은데.. 그 이후론 모르겠다)
긍정적인 경험이 많치 않다.

20mg 용량이 나에게 너무 과한건가? 싶다가도
흐으으음.... 이상한게
거의 아무것도 못느끼는 날들도 있기 때문에
그건 또 아닌거 같고

하여간 일단 일주일 넘게 먹어봤는데도
긍정적인 효과가 거의 없다고 느껴지는건
아무래도 그냥 약이 안 맞는거 같음 ㅠㅠ

메틸페니데이트(콘서타와 페니드) 가 안 맞으니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건 암페타민 혹은 다른 비각성제 (non stimulant)인데
문제는...

한국에선 메틸페니데이트와 아토목세틴 외에는 거의 허용이 안난걸로 알고 있다.
지금이야 타지에 살아서 써볼수야 있겠지만
내가 평생 여기서 살것도 아니고....ㅠ

사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암페타민을 가장 써보고 싶다.
Adderall혹은 Vyvanse 이렇게
그 중에서도 vyvanse가 더 궁금하고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ADHD에 대해 잘 아는 의사를 찾는게 1순위니

그나마 다행인건 9월 후반에
대학교 측 GP와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단 거지만

사실 또 reference를 받아서 다른 전문가 분께 가야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약을 받기까지는 몇달이 더 걸릴 거다

근데 지금 당장 이번달에 대학 입학이니
정말 멘붕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문제야 문제

멘탈이 탈곡기로 탈탈탈 털려가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거야 알지만
맘대로 안된다
ㅜ

매일 ADHD에 대해 더더욱 많이 알아보고 찾고 있지만
그러다가도 현타가 온다

국내외 ADHD 커뮤니티 위주로 하루종일 보다보면
아무래도 ADHD로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안 그래도 나도 심란한데 더더욱 심란하게 되고 ㅠㅠ
(물론 위로도 엄청되지만)

논문이나 전문가분들 podcast도 듣다보면
참 뭐랄까
어느순간 그냥 현타가 온다

막 알아보기야 하는데
이런 사실들은 나밖에 모르고

지금 당장 내가 위로를 받고 이해 받고 싶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ADHD와는
괴리가 점점 더 커지니까

알아가면 갈 수록
알아야 할게 많아지는 느낌이고

안 그래도 ADHD때문에
인생이 항상 혼란속인거 같은데
알아야 할것이 더 생긴 느낌이다

물론 재밌다 재밌는데
좋고 좋은데
이렇게 알아보고 리서치하는 것 마저도
그냥 쾌락을 쫓는 느낌이여서 싫다

같은 이유로 인해 요즘은 책도 잘 안본다
관심은 가니까 여러 책들 시작해 놓고서
끝내지를 못해서 몇십권씩을 같이 읽고 하니까

그렇게 한 권에 20분 읽고 다른 책으로 갈아타고를 반복하면
그냥 내가 쾌락을 쫓기만 하는 짐승같아서 싫고
책도 재미가 없어진다

습관을 만들고 싶고
루틴을 만들고 싶고
계획을 짜고 싶은데

너무 두렵다.
다시 실패할까봐
기대를 걸기가 싫다

슬럼프라고 하기에는
올해 초부터 혹은 작년부터
계속해서 침체되는 느낌이 있었지만
슬럼프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금방 털고 다시 일어나서 또 다시
기대를 걸고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겠지...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