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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해보자

캐나다와 한국을 동시에 산다는 것

온세상 2021. 9. 2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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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를 동시에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정체성을 정립할 청소년기에 나는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두 나라를 오갔다.

나는 한국에서 자랐기에 한국인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었지만 청소년기에는 캐나다식 교육과 피드백을 받고 자라서 두 나라에서 배운 가치관들이 정말 자주 충돌했다.

솔직히 내가 유학을 가기전에
'중학교 1학년때 캐나다 유학을 간 학생이 중고등학교 생활 내내 가치관 충돌로 인해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조금 비웃었을것 같다.

'혼혈도 아닌데? 어렸을때 간 것도 아닌데? 중학생이면 다 큰거 아냐?' 이런 생각을 했을 했을 거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고.

하지만 순수한 아이에서 책임감 있는 성인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다. 사소한 것에도 큰 영향을 받고, 울림을 줄때이다.

그 시절, 한국에서 나에게 이야기 해주는 세상과
캐나다에서 이야기 해주는 세상은 너무나도 달랐다.

마음은 한국에, 몸은 캐나다에서 살던 나는
두 나라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잘 들으며
차이점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부정적 시각 vs. 긍정적 시각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걸 부정적으로 본다.
이 한 문장에 굉장히 많은 일반화가 들어있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경우에 그렇다.

이성적이길 좋아하고, 비판적이며 현실적이다.
하지만 이걸 넘어선 부정적인 기운이 잠식되어 있다.
삶 자체를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새로운 시도를 거부한다.
꿈을 크게 가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정적이고 모험보단 안정감을 택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한국인은 당연히 내 자신도 포함된다. 나도 한국인이니.

반면 캐나다에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나? 묻는다면
정말 긍정적이다.
어떤 도전을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전교 꼴등이 서울대를 간다고 해도
모두 응원해줄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하지않았나.
너무 현실성없고 둥둥 떠있단 느낌을 자주 받는다.
진심인지 의심이 될때도 많다.
뭘 하든 좋다, 잘할 거다, 잘될거야 이런 피드백만 받다보면 정신이 멍해질 정도다.

가끔은 쓴소리도 필요한 법이고, 따끔한 이야기도 해줘야 정신을 차리는데 여기선 그런말이 필요할때도 굉장히 돌려서 좋게 좋게 이야기해준다.
유치원에서 둥가둥가 받는듯한 느낌이 들때가 많다.


노력 vs. 그런거 하지 말고 되는 대로 살아 ㅎㅎ


우리나라는 노력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오죽하면 노오오오력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노력이 닿을 수 없는 범위에서도 노력, 노력, 노력 타령을 하니 사람들이 질릴만하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력을 강조하지 않는다.

뭘 해도 우쭈쭈 그 정도면 잘했어.
그 정도면 됐어. 딱 이느낌이다.

최상위권이 되고 싶은 상위권 학생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하는지 알고 싶어요.
이러면 그냥 아니야 너 지금도 너무 잘했어,
지금처럼만 하렴. 이런 피드백을 받는다.

개천에서 용나는 것을
대국민 모토로 삼는 우리나라에 비해
캐나다인들은 삶을 즐긴다는 태도가 스며들어 있다.

좋게 말하면 욕심이 없고
성공보단 행복을 추구하는 거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며 게으른 생활을 보내는 것이다.
어떻게 해석할지는 개인에게 달려있다.


단체주의 vs. 개인주의


우리나라는 뭐만 하면 같이 해야한다.
화장실도 같이 가고, 단합을 위한 체육대회나 모임은 필수 중에 필수며, 혼자 다니는 사람은 소위 찐따, 혹은 은따라고 불리기 쉽상이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건, 이런 단체주의에도 좋은 면이 있다. 소속감을 확실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개인주의에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단합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좋은 면이 있지만

동시에 차갑고 냉담하다. 학교 생활을 예시로 들자면, 개인의 목표를 향해 짜여진 맞춤형 스케쥴로 각자 수업을 듣고, 점심시간에 잠시 모인다음, 학교가 끝나면 모두 집으로 뿔뿔히 흩어져서 자기 할일을 한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머! 부러워라 할 수도 있지만 대상은 한창 친구가 이 세상 무엇보다 좋은 청소년이다.

소속감 결여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특히 유학생 신분으로 캐나다에 오면 부족한 영어실력과 넓지 않은 인맥등으로 소속감을 가지기 어렵기에 이런 특성이 더욱 힘들게 다가올 수 있다.

그만큼 유학생활때 어떻게든 소속감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그룹에도 속하지 못했을때에 하게 되는 방황은 상상 이상이다.
나의 경우 가족 중점적으로 소속감을 만들었다.
건전한 온라인 커뮤니티도 의외로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주입받은 많고 다양한 가치관들은
여러가지 조합으로 유학생을 괴롭힐 수 있댜.

내 자신을 어느 관점에서 평가해야할지, 어떤 자세로 세상에 임해야 할지, 어떤 기준으로 내 앞을 꾸려나가야 할지. 아주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 까지 매번 영향을 끼친다.

그렇지만!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뒤엉킨 실타래들을 잘 정리하고, 필요할때 꺼내쓰는 법을 익힌다면 탁월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기반이 되어줄거라고 믿는다.

이 세상 모든 유학생분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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